BOARD

미식축구 역사 탐방(58)

전국 동계대회의 탄생

1980년 8월 말 부산 남포동 청탑그릴에서는 부산미식축구협회 8월 정기 이사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날 주요 안건은 지난 봄에 처음 운동을 시작한 해양대와 부산산업대의 상황보고, 부산지역 4개대학 여름 훈련결과 보고 그리고 2회 부산 추계대회였다.
회의가 끝날 즈음에 강성봉회장이 "우리도 전국대회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고 즉석 안을 내놓았다. 강회장과 같이 쌍두마차로 부산협회를 이끌고 있었던 당시 감사였던 故(고) 최현두회장이 "진짜 좋은 생각입니다. 이왕이면 제대로 전국대회 함 해보입시다"로 화답하면서 전국동계 대장정의 서막이 올랐다.

제 1회 동계 대회 포스타

제 1회 동계대회 3일차 부산대와 서울대의 육탄전/1월 14일 동아일보 황종건기자 사진

제대로 된 전국대회

故(고) 최현두회장은 생전에 종종 이런 말을 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춘계 및 추계대회에 부산의 동아대와 부산대가 한번씩 참석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형식을 갖춘 전국대회는 아니었다. 서울에 간다고 잔뜩 마음만 부풀려서 갔던 부산의 선수들이 서울의 변두리 구장에서 쓸쓸하게 열리는 대회에 실망을 안고 내려오는 것이 미안하기도하고 무척 안스러웠다." 강회장 역시 이런 이유로 동계대회를 발상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당시 서울에서 열리는 모든 대회가 변두리 구장에서 열렸다는 것은 아니다. 효창구장에서 간혹 열리기도 하였는데 그럴 경우에는 효창구장이 도심지에 위치하여 체육기자들이 접근성이 좋아 많이 보도를 해주곤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선수들도 기분이 좋았다.

동계대회의 물론 세부적인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먼저 대회기간은 서울 추계 후 기말시험이 끝나는 겨울방학에 원칙적으로 합의를 하며 먼저 각 대학에 초청장을 보내기로 하였다.
그리고 후에 구덕축구장을 동계구장으로 섭외했지만 잔디가 상한다고 거절하여 대신 구덕야구장을 사용하게 된다.
이 자리에 참석해있던 부산일보 박창호기자가 "부산에서도 전국 대회가?" 하면서 매우 흥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대대적인 보도를 약속했다.

미식축구인보다 더 열정적이었던 부산협회 비미식축구인 이사들
부산일보의 박기자는 강성봉과 최현두회장의 경남고 후배로 부산일보에 미식축구를 적극보도하며 무척 협조적이었다.
박기자 이외에 협회 맴버들 중에는 강후경, 윤계근, 김윤철(2대 전무이사) 등과 같은 비미식축구인들이 많았다.
이들은 당시 부산의 미식축구인들의 친구 또는 후배로 같이 잘 어울리면서 누구보다도 미식축구에 더 적극적이었다.
이들은 미식축구는 안 했지만 미식축구인이라는 나름대로 큰 자부심을 가졌다고 한다.

강회장과 최회장의 특유의 친화력이 어울려 회의 후에는 의레히 술자리를 하면서 밤 늦게까지 친목을 다지곤 했다.

대회 1일차 동아일보 1981년 1월 12일 보도

동계는 미식축구인들의 잔치
당시 협회인들의 관심사는 "서울에서 몇팀이 내려올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다 내려와도 서울에 5팀 부산에 4팀 모두 9팀이 전부였지만 고려대와 연세대가 소극적이었고 결국은 내려오지 않아 7개팀으로 대회를 진행하였다. 물론 2회 대회부터는 모두 참가하였다.

그래도 겨울 방학 중이라 많은 서울의 미식축구OB들이 부산의 바다 바람을 쐴겸 YB들의 경기를 응원하러 내려와 분위기를 띄웠고, 주원복 선생님을 위시해서 한양대 OB 진빵이라는 별명을 가진 배상국, 고려대OB 김상엽과 이호욱 등이 내려와서 심판을 보아주어 대회 운영이 한결 수월했다고 한다.

동계대회가 열리는 와중에 강성봉 협회장은 "서울대 한양대 성균관대의 숙소를 돌면서 잘왔다"고 하며 교통비를 별도로 지원해 주었다고 한다.

1회 동계대회 조별 구분
A조: 성균관대 서울대 부산대 부산산업대
B조: 한양대 동아대 해양대

동계 2일차 동아일보 1981년 1월 13일 보도

전국 동계 1회 부터 대박

드디어 1981년 1월 11일 부산 구덕야구장 제1회 전국동계대회 첫 킥오프되는 날이다.
7팀 이지만 막상 킥오프가 되니 기자실이라고 마련해 놓은 조그만 방에 연합통신과 부산의 일간지 부산일보 국제신문 기자들이 경기 결과를 송고하느라 북적되었다.
그들은 미식축구를 잘 모르니 협회 임원들을 잡고 "왜 7점이됩니까 ?" "지금은 6점이 되네요"라고 물으며 설명을 듣기에 바쁘다.

그리고 사이드 라인에는 사진 기자들이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고 한 장면이라도 잡으려고 집중하고 있다.
당시에는 스포츠신문이나 중앙 일간지는 지방에 주재원 기자가 없었다.
5공정부의 언론 통폐합으로 인하여 지방 뉴스는 연합통신에서 서울로 보내면 중앙에 있는 언론사들은 이것을 받아서 자기 신문의 기사를 만들곤 했던 시절이다.

몇 안되는 임원들이 경기장 관리, 보도 기자들 뒷바라지, 경기 심판 등을 보면서 1인 3역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특히 강인호와 최현두는 각각 부산산업대와 동아대를 코치하였기 때문에 1인 4역이었다.
둘째날 부터 서울에서 심판원들이 내려와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동계 4강전 경기 동아일보 81년 1월 16일 보도

미식축구 동계 스포츠로 각광

대회 둘째날 아침 서울의 중앙지와 스포츠 신문들이 일제히 연합에서 받은 동계 미식축구대회 기사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물론 부산지역 언론사인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에서도 경쟁이라도 하듯이 크게 기사가 나왔다. 대박이었다. 부산 협회 임원들도 예상을 못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서울의 대회의 경우 협회에서 별도로 언론사에 로비를 하지 않으면 잘 보도가 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신문에 나도 지면 구석에서나 겨우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동계는 달랐다.
지금처럼 농구나 배구와 같은 마땅한 동계 스포츠가 없던 시절이다.
겨울에 스포츠 기사를 메꿀 것이 없었던 차에 모든 매스컴들이 미식축구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2회 대회 부터는 전대학이 출전하였고 TV 스포츠 뉴스에도 등장하게 되었다. 83년 동계에는 KBS TV가, 85년 동계는 MBC TV에서 녹화 중계도 하였다. 당시의 임원들은 힘은 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제1회 동계 결승 성균관대 경향신문 우승기사 1981년 1월 17일 보도

저력의 성균관대 초대 챔프에 등극

부산의 부산대 해양대 부산산업대 동아대와 서울의 서울대 성대 한대 등 3개 팀 등 7개 팀이 A, B조로 나누어서 진행된 조별 리그를 거쳐 4강 토너멘트로 진행하였다.

A조 예선에서는 성대가 3전승으로 조 1위로, 부산대와 서울대는 진눈개비가 오는가운데 혈전을 벌렸으나 점수를 내지 못하고 무승부로 1승1무1패로 승률이 같아 골득실로 부산대가 조 2위로 준결승전에 진출하게 되었다.
B조에서는 동아대가 2승으로 조 1위로 한양대가 1승1패로 조 2위로 준결승전에 진출하였다.

준결승전에서 성균관대는 한양대를 19-0으로, 동아대는 부산대를 38-0으로 누루고 결승에서 만났다.
결승전에서 성균관은 제 1쿼터에 동아대의 신인식에게 중앙돌파를 허용하며 6점을 먼저 허용하였으나 제 3쿼터에 QB 이종현의 30야드 측면돌파로 동점을 만들고 4쿼터에 이종현이 20야드 TD패스를 송영호에게 적중시키면서 8점을 추가하며 14-6으로 역전극을 벌리며 미식축구 강팀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1일차
A조 성균관 12-0 서울대/부산대 28-0 부산산업대
B조 한양대 38-0 해양대

2일차
A조 성균관 12-0 부산대/서울대 6-0 부산산업
B조 동아대 22-0 한양대

3일차
A조 성균관 40-0 부산산업/서울대 0-0부산대

B조 동아대 26-0 해양대

예선리그 결과

A조: 1위 성균관 3승, 2위 부산대 1승1무1패, 3위 서울대 1승1무 1패(골득실 순위), 4위 부산산업대 3패

B조: 1위 동아대 2승, 2위 한양대 1승 1패, 3위 해양대 2패

준결승
동아대 38-0 부산대/성균관 19-0 한양대

결승 및 3-4위전
결승전 성균관 14-6 동아대/3-4위전 한양대 8-0 부산대

우승 성균관/준우승 동아대/3위 한양대
개인상: 최우수 공격상 임준완(성균관대), 최우수 수비상 김광렬(동아대)

구덕 야구장은 ?
당시의 구덕 야구장은 흙 운동장이었다. 그리고 운동장 길이도 110야드 밖에 되지 않아 앤드존을 줄여서 경기를 하였고 서로 이해를 하면서 진행하였다.
또한 관중석도 멀리 떨어져있어 대부분의 관중들은 사이드라인 옆에 서서 경기를 관전하였다. 하기야 예전에는 모두 그랬다.
1986년 제 6회 동계부터는 그해 개관이 된 사직 인조잔디 구장에서 경기를 하게된다.
인조잔디구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도 부산 동계에서 처음 시작하는 대회가 된다.

인용자료
1. 동아대학교 40년사
2. 동아일보: 1981년 1월 12일, 13일, 14일, 15일, 16일, 17일 보도기사
3. 경향신문: 1981년 1월 17일 보도기사
4. 개인면담: 강성봉 당시 부산협회장/강인호 당시 부산산업대 감독/김윤정 당시 서울대 선수
5. 故 최현두 당시 동아대학교 감독 생전의 대담 중에서

역사편집: 경북대학교 미식축구부 감독 한길 박경규